핫플레이스의 비밀: 도시재생​

“도시재생은 새활용(Upcycling)의 개념과 유사하다.”

버려진 자원을 폐기하는 대신 디자인적 요소를 더하여 새로운 가치와 활용성을 부여하는 새활용의 이념처럼, 도시재생은 철거를 지양하고 공존을 지향한다. 낡고 오래된 공간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가치를 존중하면서 시대의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유행과 의미를 그 위에 더한다. 공간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은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연결하는 문화적 의의를 만들어내고 파괴와 단절이 아닌 보존과 재생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실현한다.

 

도시재생이 제시하는 가치는 새로운 것을 찾기 원하고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문화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수동, 익선동, 을지로 인쇄골목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버려졌던 공장지대 성수동엔 무엇이 채워졌을까?

산업 부흥기에 준공업지대로 호황을 누리던 성수동은 IMF이후 업체들의 도산과 인구 감소로 슬럼화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성수동은 오늘날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젊은 아티스트들과 기업가들이 성수동 골목을 수제화 거리, 카페 거리, 소셜 벤처 밸리로 채우며 성수동의 로컬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고 있다. 옛 공업지대의 흔적과 기억이 여전이 남아있는 이 곳에서 사람들은 성수동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와 콘텐츠를 소비하고 전파한다.

수제화 거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성수동은 구두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었다. 1970년대부터 IMF가 터지기 직전까지 성수동에는 수 많은 제화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 있어 구두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IMF의 영향과 중국산 저가 구두의 본격적인 수입으로 인해 대형 제화 브랜드들이 문을 닫거나 성수동을 떠났고 하청업체 장인들만 이 거리에 남아 구두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2010년대 초반, 이태원이나 압구정 등에서 활동하던 젊은 제화 디자이너들이 성수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싼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고 다른 정착지를 찾던 그들에게 성수동의 제화 인프라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성수동으로 이주한 젊은 디자이너들은 성수동에 브랜드숍과 쇼룸을 런칭했다. 수제화 디자인부터 생산 및 판매가 모두 성수동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고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2012년 서울시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수제화 특화산업지역’으로 지정했다. 구두 생산 중심이었던 영세 업체들의 협동 조합을 구성하고  수제화 공판장을 만들어 생산에서 판매로 이어지도록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등 수제화 산업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수제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문화시설도 들어서면서 수제화 거리는 단순한 공업지대가 아닌 복합 테마 공간으로 거듭났다.

누가 성수동을 젊음과 개성이 넘치는 카페 거리로 만들었을까?

젊은 아티스트들은 좋은 목초지를 찾아 유랑하는 유목민과 같은 습성을 지녔다. 그들에게 좋은 목초지란 값싼 임대료의 작업 공간과 커뮤니티이다. 성수동 거리에 활력을 부여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아티스트들도 제화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2010년대 초반부터 성수동의 값싼 임대료와 인프라를 쫓아 이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성수동에 새로 자리잡은 그들은 오래되고 낡은 골목에 예술적 감각을 조금씩 더했다. 골목은 그들의 작품이 되었다. 삭막하던 거리는 세련미를 입었고 낡은 건물에 들어선 세련된 감각의 카페와 작업공간들은 성수동에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대림창고”는 성수동 카페 거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1970년대 정미소로 사용되던 이 공간은 1990년대 각종 부자재 창고로 사용되다가 패션디자이너들이 성수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2011년부터 각종 패션쇼와 전시회, 공연이 열리는 이벤트 공간으로 변모했다. 2013년에는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홍동희 대표가 이 공간을 “대림창고 갤러리”라는 다목적 문화 공간으로 재단장하여 오픈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은 텅 빈 공간 안에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채워진 것이다.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

2016년 6월에 대림창고는 대중에게 열린 공간으로 또 한 번 변신했다. 대림창고 전체 공간 중 일부를 다이닝 카페이자 갤러리인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으로 꾸몄다. 낡은 공장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대한 실내 공간 안에 젊은 작가들의 설치작품, 회화, 공예품 등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사람들은 이 곳에서 커피와 음식을 즐기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구매 및 후원을 하기도 한다. 젊은 예술가들과 대중이 만날 수 있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낡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예상치 못한 이질적이고 이색적인 풍경은 마치 비밀의 화원 같은 느낌을 선사하며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대림창고는 성수동을 알리고 유동인구를 늘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왜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문화 공간에 열광할까?

이후 “카페 자그마치”, “어니언”, “어반소스” 등 오래된 건물의 분위기를 살려 감각적으로 리모델링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성수동은 감각적인 카페와 예술적 감수성이 집적된 문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런 공간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시각적 압도감이다. 계획적으로 정제된 공간이 주는 단정한 비주얼에 식상해져있던 대중들에게 거대하고 낡은 공간과 무질서한 듯 하지만 개성적으로 섬세하게 기획된 인테리어는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두 번째는 낡은 공간이 축적한 스토리텔링이다. 오래된 건축물은 역사를 담고있다. 사람들은 이 공간이 지나온 세월을 상상하고 현재의 모습과 의미를 생각하며 가치를 느낀다. 

 

사회적 기업의 허브가 되다. 성수 소셜벤처 밸리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도 성수동에 모여들었다. 값싼 임대료와 더불어 젊은 아티스트들의 생태계와 연계하여 작은 변화를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그들을 매료했다.

2015년에는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인 ‘Sopoong’이 성수동에 코워킹 스페이스 ‘Cow&Dog’ (Cowork & Do good)을 설립하며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하였고,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2014년 성수동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2017년에 체인지 메이커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혁신 플랫폼인 ‘헤이그라운드’를 설립했다. 성수동을 기점으로 사회적 기업들을 위한 민간 인프라가 확충되고 사회적 기업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이 곳으로 유입되었다.

민간의 노력으로 성수동에 소셜벤처들이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하자 지자체의 지원도 이어졌다. 성동구는 2014년 12월 ‘사회적 경제 활성화 기금 조례’를 제정하여 소셜벤처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였고 그 후에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와 ‘청년 소셜벤처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해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했다. 2018년 5월 정부가 성수동을 청년 소셜벤처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성수동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소셜벤처의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콘텐츠와 컨텍스트가 연결되는 성수동의 도시재생 모델”

성수동을 구성하는 수제화 거리, 카페 거리, 소셜벤처 밸리 등 각각의 콘텐츠들은 얼핏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그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긴밀한 문맥 안에서 연쇄적으로 형성되면서 옛 공간의 스토리텔링을 계속해서 이어쓰고 있다. 성수동이 보여준 도시재생의 가장 큰 특징은 계획적인 개발이 아닌 자생적인 성장이라는 점이다. 버려지고 외면받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의미를 이끌어냈다.

 

관점 되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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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SS(수제화 공동판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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